내 몸의 내비게이션을 켜다: 잠든 ‘신체 인지력’ 깨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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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울 속 내 모습은 진짜 내 몸일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울을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할 때, 옷을 입고 매무새를 가다듬을 때, 그리고 운동 센터에 방문해 벽면을 가득 채운 거울 앞에 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거울 속 비친 자신의 실루엣을 보며 비로소 ‘내가 바르게 서 있구나’, 혹은 ‘어깨가 조금 말렸구나’를 시각적으로 확인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만약 눈앞의 거울이 사라진다면, 당신은 지금 내 골반이 어느 방향으로 틀어져 있는지, 척추가 어떤 모양으로 굽어 있는지 온전히 느껴지시나요?

노먼 록웰 - 소녀가 거울을 보며 자신의 외모를 관찰하는 데서 풋풋함을 느낀다. 인형도 내팽개쳐둔 채 거울을 유심히 바라보는 모습은  어쩌면 더 이상 어린 꼬맹이가 아니라는 듯이 외모에 대해 고민하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으로

현대인들의 운동은 지나치게 ‘시각’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거울 속 강사의 멋진 동작을 눈으로 쫓아가고, 거울에 비친 내 정렬을 시각적으로 수정하는 데 급급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건강과 웰니스는 외부의 시각적 자극이 아닌, 내 몸 내부에서 들려오는 감각적 신호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내 눈으로 보지 않고도 내 몸의 각 부위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스스로 알아채는 능력, 우리는 이것을 ‘신체 인지력(Body Awareness)’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이 현재 위치와 방향을 정확히 안내해 주어야 길을 잃지 않는 것처럼, 우리 몸에도 나만의 내비게이션이 켜져 있어야 합니다. 신체 인지력이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아무리 열심히 땀을 흘리고 무거운 무게를 들거나 과격한 운동을 반복해 보아야, 그것은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는 독이 될 뿐입니다. 내 몸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른 채 움직이는 것은, 눈을 감고 시속 100km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2. 감각이 무뎌진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

많은 여성이 센터를 찾아와 “선생님, 저는 분명 똑바로 서 있는 것 같은데 왜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질까요?”, “스쿼트를 할 때 양쪽 다리에 힘이 다르게 들어가요” 같은 고민을 토로합니다. 이는 단순히 근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뇌와 몸의 각 관절, 근육을 연결하는 ‘감각의 통로’가 막혀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특히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고정된 일상은 우리의 신체 감각을 급격히 둔화시킵니다. 뇌는 자주 쓰지 않는 신체 부위의 감각을 지워나가는 영리하면서도 잔인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일 엉덩이를 의자에 뭉개고 앉아 있으면 뇌는 엉덩이 근육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엉덩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고,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살아가면 어깨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원래의 길을 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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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체 인지력이 떨어지면, 몸은 즉각적으로 위험 신호를 보냅니다. 특정 부위의 감각이 무뎌지면 우리 몸은 다른 부위를 과도하게 써서 보상하려고 합니다. 골반의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하니 허리를 과도하게 꺾어 통증을 유발하고, 발바닥이 지면을 지지하는 감각을 잃어버리니 무릎과 고관절이 대신 충격을 흡수하며 골병이 듭니다. 원인 모를 만성 통증, 아무리 마사지를 받아도 풀리지 않는 어깨 결림, 자꾸만 무너지는 체형 균형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 ‘잠든 감각’에 있습니다.

3. 거울을 지우고, 내 몸 내부의 감각을 깨우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잠들어 있는 내 몸의 내비게이션을 다시 켤 수 있을까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외부로 향해 있던 시선을 내 몸 안쪽으로 돌리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운동할 때 ‘거울과의 거리두기’입니다. 눈을 지그시 감거나, 거울이 없는 방향을 바라보며 움직여 보세요. 그리고 내 몸의 아주 미세한 변화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 갈비뼈가 사방으로 부풀어 오르는 느낌, 발바닥 전체가 바닥을 균일하게 누르고 있는 감각, 척추 마디마디가 부드럽게 늘어날 때 고유하게 느껴지는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입니다.

체형의 균형을 잡고 기능을 깨우는 운동 센터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움직임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눈으로 동작의 크기나 화려함을 쫓는 것이 아니라, 1cm의 작은 움직임이라도 내 근육과 관절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세포 하나하나의 감각을 깨우는 과정입니다.

신체 인지력이 살아나면 놀라운 변화가 찾아옵니다. 일상 속에서 구부정하게 앉아 있다가도 “아, 내가 지금 허리를 무너뜨리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 알아채며 정렬을 바르게 고치게 됩니다. 걸을 때도 발바닥의 닿는 면적을 인지하며 건강하게 걷게 되죠. 웰니스의 시작은 대단한 피트니스 루틴을 소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몸의 소리를 정확히 듣고,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감각의 회복’이야말로 진정한 건강한 삶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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