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보건의 중심이었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몇 년간 위기를 겪고 있다. 정치적 압력, 예산 삭감, 인력 이탈로 인해 그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고, 이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변이의 확산 속에서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신뢰’다. CDC는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 결과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고, 가짜뉴스가 퍼지며, 보건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었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공공보건 시스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위기 상황에서 혼란을 줄이고,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CDC의 혼란은 전 세계 보건 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 전염병 대응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되면, 국제 협력이 느슨해지고 각국은 고립적인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CDC를 포함한 각국 보건 당국의 자율성과 투명성이다. 정치적 이해에서 독립된 과학적 결정 구조, 데이터 공개의 투명성, 국민과의 소통 강화가 핵심이다. 공공보건 시스템은 단순히 위기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신뢰를 쌓아야 한다.
공중보건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다. 우리는 CDC의 위기에서 교훈을 얻어, 한국 사회의 보건 체계 역시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강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