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1,200건이 넘는 홍역 확진이 보고되며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홍역은 예방접종만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감염병이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백신을 둘러싼 불신이 커지고,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접종률이 급격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백신 회피 현상은 단순히 개인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집단면역이 무너질 경우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인, 기저질환자는 치명적 결과를 피할 수 없다. 특히 SNS를 통해 퍼지는 잘못된 정보는 백신 불신을 더욱 부추기며, 정치적 논란과 결합해 사회적 갈등을 키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 아시아에서도 백신 거부 운동이 번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일부 학부모 사이에 예방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조짐이 보인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19에서 경험했듯, 감염병은 국경을 넘나든다. 한 지역의 백신 불신은 결국 전 세계적 위험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접종 권고가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정부와 의료진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작용에 대한 솔직한 소통을 통해 불안을 줄여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리더, 종교계, 교육기관이 함께 나서서 ‘백신은 공공의 선(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홍역 재확산은 단순한 유행병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쌓아 올린 공중보건 체계의 신뢰 기반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과학에 대한 신뢰, 공동체를 위한 책임감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의 방어막은 쉽게 무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