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 불안과 우울의 세계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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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 아주대학교병원전 세계적으로 정신 건강은 이제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위기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불안, 우울, 양극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 건강 질환을 겪고 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8명 중 1명에 해당한다. 정신 건강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안과 우울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상적 단절, 경제적 불안, 신체 활동의 감소가 사람들의 정신적 회복력을 약화시켰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20~30대 청년층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정신 건강이 단순한 질병 차원을 넘어 교육, 고용, 가족관계, 지역사회 참여 등 모든 삶의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생산성 손실이 막대하며, 사회적 고립은 또 다른 건강 문제와 범죄, 빈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신 건강은 곧 사회적 자본을 지켜내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신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정신 건강을 신체 건강과 동등하게 다루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된다. 두통이나 감기에 걸린 것처럼 불안을 겪는 것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기반의 상담과 돌봄 체계가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비용 문제, 낙인, 접근성 부족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셋째, 직장과 학교 현장에서 정신 건강을 지지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단순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안전한 대화를 촉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정신 건강을 새로운 공중보건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이 무너진 개인은 결국 사회 전체의 약화로 이어진다. 불안과 우울이 만연한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고통을 인정하고 연결하는 힘이다. ‘괜찮다’라는 말 대신 “도와줄 수 있어”라는 말이 더 자주 오가는 사회, 그것이 바로 건강한 공동체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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